[기획취재]농촌,또하나의 그늘.노총각이 늘어난다(1)
[기획취재]농촌,또하나의 그늘.노총각이 늘어난다(1)
  • 김철 기자
  • 승인 2005.10.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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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담 많은 국제 결혼,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농촌의 요즘 가장 큰 문제는 쌀 문제다. 그 속에 농촌 노총각들이 있다. 농촌에 이런저런 문제가 하도 많아 이들은 도무지 조명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농촌의 현실에 분노해 있고, 결혼도 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처지 때문에 기가 막혀있다. 농촌이 어려울 수록 도시처녀들은 농촌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들의 실태와 이들의 결혼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국제결혼의 문제와 가능성, 그 가족들을 위해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해야 할일을 다섯차례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농촌 총각들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최근 찾아간 대구면은 인구가 1천61명이다. 주민들의 집안 숟가락 숫자도 알 정도로 각 마을의 사정에 정통한 총무과의 한 직원이 각 마을별 전화번호를 통해 파악한 35세 이상 노총각 수는 12명이었다.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요”

총무과 직원은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1천명을 갓 넘는 인구중에 노총각이 12명이라면 언뜻 적어 보이지만 노인들만 옹기종기 모여사는 농촌지역에서 장가못간 노총각들이 이 정도라는 것은 보통숫자가 아니다.

특히 놀라운 것은 12명중 40대 이상이 10명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중에 이혼을 했거나 50세가 넘은 노총각들은 제외시킨 수치다. 노총각 기준을 30세까지 내리면 그 수치는 훨씬 올라간다.

강진군이지난해말 조사한 관내 30대 이상 총각들은 191명에 달했다. 각 읍.면당 평균 15명 이상이 산재해 있는 셈이다. 25세~30세까지는 116명으로 이들 역시 언제든지 노총각 영역에 포함될 잠재적인 노총각들이다.

전남도가 지난해말 각 시.군을 통해 집계한 통계를 보더라도 농촌노총각 문제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남도에 따르면 군단위를 중심으로 약 6천여명의 총각들이 장가를 가지 못하고 생활하고 있다.

전남도 임영주 농정국장은  “농촌총각들의 현실을 알고 있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며 “국제결혼도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각종 문화충돌로 여러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농촌총각문제는 여러 유관기관이 함께 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농촌총각 문제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예전과 상당히 달라져 있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장가를 가지 못한 노총각들이 자살등의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드러냈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표시를 하지 않고 잠복해 있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농촌에서 결혼을 하지못해 자살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 사회문제화 된 적도 적었다. 노총각들의 극단적인 행동이 없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사회적 관심을 덜받음으로 해서 농촌총각문제는 관심밖의 일이 되고 말았다.

농촌에서 장가를 가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의 능력부족 때문으로 치부됐고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당사자들이 해결해야할 문제로 분류되어 가고 있다.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박준근 교수는 “농촌주민들이 고령화되는 가운데 농촌에서 생활하는 젊은층들이 농업의 과도기를 겪고 있다”며 “영농규모화가 이뤄지면 대도시 회사원과 비슷한 경제력을 갖출수 있지만 현재는 소규모 영농과 수입농산물등의 영향으로 농촌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농촌노총각이 늘어가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농촌에는 농사짓는 노총각들만 있는게 아니다. 농촌에서 공무원이나 금융기관 직원이 아니면 좋은 신랑감이 되기는 어렵다. 8년 전에 아버님을 모시기 위해 대도시 생활을 접고 강진읍에서 작은 회사에 다니는 박모(37)씨는 선을 보면 번번히 퇴짜를 맞고 있다.

이유는 안정된 직장이 아니라는 것. 시골의 작은 회사가 농촌경제와 동반 등락을 거듭하는게 불가피한 일인데 박씨의 경우 농촌에서 직장생활한다는 이유로 결혼시장에서 농사짓는 사람과 똑같은 고충을 겪고 있다.

박씨는 “8년전 고향에 내려왔을 때 40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하는 선배를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런 처지가 됐다”고 한숨 지었다.  

서울 회사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병영면 송모(44)씨도 광주와 서울에 살고 있는 아가씨들과 10차례가 넘는 선을 봤다. 10마지기의 농사와 과수원을 운영하는 송씨지만 농촌으로 선뜻 시집을 오겠다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에도 친척들의 소개로 두번의 맞선을 봤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말에 얼굴부터 변해갔고 재산상태를 묻는 이야기에 송씨는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했다.

심지어 시골을 정리하고 도시에서 생활을 하자는 제의도 있었다. 송씨는 올해도 3차례에 걸쳐 맞선 제의가 있었지만 포기했다. 맞선 장소에서 오고가는 말은 변함이 없고 맞선 경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내부적으로 결혼못하는 농촌총각들이 늘어나고 주변에서 신부감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조성된게 국제결혼이다. 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통일교를 시작으로 중국 조선족, 필리핀, 베트남등 지금까지 강진에서만 80쌍이 국제결혼을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요즘에는 강진의 거리에서도 강진 남자와 걸어가는 필리핀 여성의 모습이 낯선 모습이 아니다. 외국인 엄마와 강진 출신 아빠 사이에 때어난 140여명의 아이들이 강진이란 공간속에서 쫄망쫄망 잘 커가고 있다.  

그럼 국제결혼으로 맺어진 농촌 총각들은 모두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내고 있을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정적인 결과치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90년대 후반 국제결혼이 성행하면서 많은 부작용들이 속출했다. 상당수의 국제결혼 부작용은 중국 조선족과의 관계에서 일어났다.

조선족의 경우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어 초창기 인기있는 신부감으로 부상됐으나 국제결혼 초창기 검증되지 않은 결혼상담소의 난립과 국제결혼에 대한 무분별한 수용으로 여러 가지 피해가 나타났다.

강진에서도 시집온 신부가 수천만원을 가로채 잠적하거나 신부가 중국으로 생활비를 보낸다며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다 이혼으로 이어지는 부부가 그동안 10여쌍에 달했다.

그러나 이같은 몇가지 실패사례들이 국제결혼의 필요성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거리에는 국제결혼을 알리는 광고전단이 여기저기 내걸려 있고, 외국에서 신부감을 찾기 위해 몇일 해외에 다녀왔다는 주변사람들의 소문도 적지 않다.

아직 국가적인 통계는 없지만 소리없이 국제결혼의 시장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남 동부권 지역 외국인 주부들의 쉼터역할을 하고 있는 순천 하늘울타리 상담소  서재관 소장은 “국제결혼은 농촌지역의 자연스러운 추세일 수 밖에 없다”며 “정부나 자치단체가 국제결혼의 부작용 때문에 이를 피해갈게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좋은 점을 잘 살릴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지금 할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럼 국제결혼에 성공한 농촌 총각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앞으로 국제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 것일까. 국제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이 넘어야할 산도 만만치 않다.

국제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결혼비용에서 부터 시작된다. 현재 베트남이나 필리핀, 중국등의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적게는 800만원부터 많게는 1천200만원이 소요된다.

자신과 한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고르는데 한번쯤 투자할 가치가 있는 돈이지만 어려운 농촌현실에서 보통 부담되는 돈이 아니다. 또 종종 들려오는 주변의 국제결혼 실패사례도 선뜻 돈을 투자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금’을 투자한 결혼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기도 한다.

여수 여성상담소 이숙자 소장은 “막대한 결혼비용을 지출한 남자들은 돈으로 사람을 매매했다는 개념을 갖기 쉽다”며 “결혼 후 남자들이 모든 경제권을 가지고 생활하는 사례가 흔하고 이는 결국 결혼을 실패로 몰고가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국제결혼으로 힘든 과정을 겪는 이유는 언어와 함께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으로 시작한 부부들은 서로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무관심한 채 이어지고 있다. 관내 국제결혼으로 생활하고 있는 부부들도 이런 문제들을 중심적으로 털어놨다.

국제결혼 4년째를 맞고 있는 조모(42)씨는 “기본적인 단답형 대화는 문제가 없지만 아직도 전문적인 표현은 힘들다”며 “문화적 차이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부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심정 뿐”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살아가면서 느끼는 문화적 차이와 2세들의 교육문제, 농촌에서의 경제력문제등이 기본적으로 제기되고 이에따른 갈등은 국제결혼 부부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자 풀어야할 문제점들이다.

요즘 국제결혼 대상국으로 한창 뜨고 있는 베트남과 한때 최대 국제결혼 대상자였으며 여전히 농촌총각들의 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중국의 현지 취재를 통해 현지의 실태와 국제결혼을 하기 위한 올바른 준비 방법등을 알아보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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